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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다283794 판결 [약정금]

[2]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는 갑 주식회사의 주주인 을 등이 병 등에게 갑 회사의 주식을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도급 문제로 감차 예정인 차량 1대분은 추후 소송 여하에 따라 승소 시 해당 시세의 50%를 을 등에게 지급한다’는 취지로 정하였고, 그 후 병 등이 주식 상인 프로 주식 상인 프로 갑 회사의 대표이사 등으로 취임하였는데, 위 약정금채권에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병 등이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갑 회사를 양수한 행위가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위 약정금채권에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본 원심판결에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태형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1. 영업을 준비하는 행위가 보조적 상행위로서 상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행위를 하는 자 스스로 상인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어떠한 자가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함으로써 상인자격을 취득하고자 준비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인의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 행위는 행위를 한 자의 보조적 상행위가 될 수 없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83226 판결 참조). 회사가 상법에 의해 상인으로 의제된다 하더라도 회사의 기관인 대표이사 개인이 상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표이사 개인의 행위가 상행위로서 상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영업으로 상행위를 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상인자격을 취득할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영업으로 한다’고 함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다4359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안정운수 주식회사(이하 ‘안정운수’라 한다)의 대표이사 소외 1과 원고, 이사 소외 2, 감사 소외 3(이하 ‘원고 등 4인’이라 한다)은 2009. 3. 23. 피고들에게 안정운수의 주식을 양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서 제15조 제4호에는 “차도급 문제로 감차 예정인 차량 1대분은 추후 소송 여하에 따라 승소 시 공TO 대금 시세의 50%를 원고 등 4인에게 지급한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나. 피고 1은 2009. 4. 13. 안정운수의 대표이사로 취임등기하였고, 피고 3, 피고 2는 2009. 5. 19. 안정운수의 사내이사로 각 취임등기하였다.

다.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3인은 2010. 7.경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서 제15조 제4호와 관련된 이 사건 약정금채권을 양도하였다.

3. 앞서 본 법리를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정금채권은 상사채권으로 볼 수 없어 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택시운송사업면허 등을 보유하고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는 주체는 원고 등 4인이 아니라 ‘안정운수’라는 법인이다.

나. 피고들이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안정운수의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 등기한 후 안정운수를 경영하였을 뿐이고, 그 밖에 피고들이 상인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원고와 소외 1은 안정운수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영업을 위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소유의 안정운수 발행 주식을 피고들에게 양도하는 계약의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체결한 것이다. 이 사건 계약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 4인이 동종의 행위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려는 의도에서 영업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계약서 ‘양도 양수물의 표시’ 부분에 주식 이외에도 회사의 주요 영업자산인 택시 등이 기재되어 있지만, 이는 원고 등 4인 소유의 안정운수 발행 주식 전부를 양도함에 따른 효과를 표시하거나 거래 주식의 가치를 산정한 근거를 표현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고, 이와 달리 이 사건 계약을 상법상 회사가 주체가 되는 영업양도라고 볼 수 없다.

마. 피고들은 원고 등 4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상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설령 원고 등 4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 체결은 위 임대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상행위 또는 보조적 상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바. 이 사건 계약서 제15조에 ‘상기 조항 외 사항이 발생 시는 사회 통상 관례 및 상법에 준하여 갑과 을이 협의하여 처리키로 약정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만으로는 당사자 간에 이 사건 약정금채권에 관하여 상법상 소멸시효 기간을 적용하고자 하는 확정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소멸시효 기간이 단축되지 않는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들이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안정운수를 양수한 행위는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 사건 약정금채권은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주식 상인 프로 같은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대법원 판례의 해석에 반대되는 해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해외주식 Click] 간 큰 서학개미, 나스닥 3배 레버리지 ETF 순매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에 나섰다. 특히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11월 29일~12월 5일)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5종목이 ETF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8019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의 수익률 3배를 추종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3배의 손실이 발생한다. 오미크론 쇼크로 나스닥100 지수가 단기적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상승장에 베팅한 모습이다. 나스닥100 지수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주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나스닥100 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INVESCO QQQ TRUST SRS 1 ETF·QQQ)에는 3138만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반도체, 사이버보안, 바이오테크 등 일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ETF도 등장했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불 3X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를 3317만달러 순매수했다. 사이버보안 ETF인 글로벌 X 사이버시큐리티 ETF(GLOBAL X CYBERSECURITY ETF·BUG)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생명공학 선별 업종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S&P 바이오테크불 3X ETF(DIREXION DAILY S&P BIOTECH BULL 3X SHS ETF·LBAU)에도 각각 2554만달러, 2397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 X 사이버시큐리티 ETF는 최근 1년간 수익률 39.92%를 기록하며, 현재 상장된 사이버보안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의 안랩을 포함해 팔로알토 네트워크, 지스케일러 등 전 세계에 상장된 사이버 보안 기업을 담고 있다.

디렉시온 데일리 S&P 바이오테크불 3X ETF은 단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으로 지난 한달간 -44.52%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노바벡스, 애지오스 파마슈티컬스, 바이오크리스트 파마슈티컬스 등의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사랑도 여전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3주 연속 순매수 종목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주에만 2억3835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테슬라는 4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지난 6일(현지시간) 1009.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천슬라(1000달러+테슬라)가 위태로워지자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태양광 패널 결함을 수년간 감춰왔다는 이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자회사인 '솔라시티'가 태양광 패널 시스템의 화재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다. SEC는 테슬라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4622만달러) ▲아이온큐(4106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2779만달러) ▲소피 테크놀로지(2343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보험과 주식거래가 이루어진 곳, 커피하우스

스타벅스 창립자들의 모습.

스타벅스 창립자들의 모습.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이고 인공재배를 시작한 곳은 아라비아반도 남서부 예멘이다. 예멘과 에티오피아는 홍해를 사이에 둔 경쟁 관계였다. 6세기에 에티오피아가 예멘을 지배해 자연스레 커피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9세기쯤 커피가 아라비아반도의 메카, 제다 등지로 전파됐지만 이슬람권 전역에서 유행한 것은 15세기 들어서다. 아랍어로 커피를 가리키는 ‘까흐와’는 술을 뜻하기도 한다. 술이 금지된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는 일종의 비약(秘藥)이자 와인 대체재로 여겨졌다.

처음에는 커피를 으깨서 환약 형태나 빵에 발라 먹었다. 생두를 볶아 따뜻한 물에 넣어 마신 것은 13세기 들어서다. 커피는 수도자의 졸음방지제, 의사의 치료제에서 점차 부유한 이들의 사치품으로 변했다. 15세기에 이르러서야 지금처럼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물에 타 마셨다. 커피는 이슬람권에서 고수익 상품으로 거래됐는데, 이슬람식 커피하우스 ‘카베 카네스’가 생겨나 일반인도 쉽게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이다. 교황의 세례를 받은 커피 ‘기독교도 음료’가 되다 오스만제국은 1536년 예멘을 점령한 뒤 모카항을 통해 커피콩 수출에 나섰다. 커피를 모카에서 이집트의 수에즈까지 배로 보내면 낙타에 실어 알렉산드리아로 가져간 뒤, 베네치아나 프랑스 상인들에게 팔았다. 모카가 커피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배경이다.

유럽에서는 커피를 이교도나 마시는 ‘사탄의 음료’ ‘악마의 유혹’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중동, 이집트를 여행하며 커피를 맛본 유럽인이 차츰 늘고, 의사와 식물학자가 커피의 효능을 인식하면서 거부감은 옅어졌다. 일설에는 가톨릭 사제들이 커피의 유해성을 주장하며 교황에게 금지를 청원했는데 교황 클레멘스8세가 커피를 맛본 뒤 “이렇게 맛 좋은 음료를 이교도들만 마시게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커피에 세례를 내려 ‘기독교도 음료’로 승인했다고 한다.

커피가 먼저 전해진 곳은 동방무역이 활발했던 베네치아였다. 1615년 커피가 전래됐고, 1645년 카페로 불리는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도 생겼다.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1640년대에 커피가 대중적 음료로 자리잡았다. 오스트리아 빈에 커피가 전해진 과정도 흥미롭다. 1683년 빈을 포위하고 있던 오스만제국 군대가 퇴각한 자리에 낯선 콩 모양의 포대 500개가 발견됐다. 낙타 사료인 줄 알았는데 아라비아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폴란드 출신 통역사 콜시츠키가 커피임을 단박에 알아보고 빈으로 가져가 커피하우스를 열어 성공했다. 프랑스는 18세기 후반 서인도제도의 식민지 산도밍고에서 커피를 재배했다. 19세기 들어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으로 커피 재배지가 확산됐다. 이성을 자극하고 원기를 북돋우는 혁명의 음료 유럽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전에는 술이 일상 음료였다. 이런 유럽에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커피는 카페인 중독성 외에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으며, 이성을 자극하고 원기를 북돋우는 음료였다. 마침 17세기 초 서인도제도의 설탕이 보급돼 쓰디쓴 커피의 대중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17세기 후반 유럽 전역에 커피 붐과 더불어 카페 문화가 대대적으로 퍼져나갔다. 영국에서는 옥스퍼드에 이어 런던에 ‘파스카로제 하우스’라는 커피하우스가 등장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탈리아 이민자가 만든 커피하우스 ‘르 프로코프’가 문을 열었다. 파리의 작가 음악가 배우 등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커피에 대한 반발도 일어났다. 남편을 종일 커피하우스에 빼앗긴 여성들이 커피 금지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커피 확산을 막을 핑곗거리를 찾던 영국 왕 찰스 2세는 ‘나태한 불평분자들이 국왕과 정부를 비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한때 커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커피는 18~19세기 정치혁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혁명도 커피하우스에서 잉태했다. 루이 14세 때 사람들은 살롱과 선술집 대신 커피하우스에 모였다.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은 ‘그린 드래곤’이라는 커피하우스 겸 술집에 모인 인사들이 주도했다. 보스턴항에 정박한 영국 동인도회사의 배에 실려 있던 차 상자 342개를 내던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인은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을 애국으로 여겼고, 차 대신 커피를 국민 음료로 삼았다. 커피하우스에서 번성한 금융과 과학 17~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작가뿐만 아니라 상인 무역상 금융가 변호사 선원 과학자 기술자 등 온갖 부류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커피하우스는 보험 증권 등 금융 분야와도 떼려야 뗄 수 없다. 1680년대 에드워드 로이드가 런던에 문을 연 ‘로이즈 커피하우스’는 보험업으로 발전했다. 로이즈 커피하우스에는 주로 해운업자, 선주, 선장, 무역상, 보험업자들이 모였다. 로이드는 보험업자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선박 리스트를 담은 뉴스레터를 주식 상인 프로 발행했다. 일부 보험업자는 로이즈 커피하우스에 부스를 임차해 영업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보험업자들의 협회인 런던로이즈의 유래다.

주식 거래도 커피하우스에서 이뤄졌다. 영국 정부가 증권 브로커의 수를 제한하자, 주식 상인 프로 수많은 브로커가 조너선의 커피하우스에 모여 장외 거래소를 열었다. 런던증권거래소의 모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했는데, 스미스는 이 책의 대부분을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 집필했고 글을 미리 배포해 평가받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일컬어지는 미국 시애틀에는 흥미롭게도 스타벅스 본사와 함께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자리잡고 있다. 커피는 혁명의 주식 상인 프로 시대에는 열정을, 혁신의 시대에는 이성을 북돋우는 특성을 지닌 셈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NIE 포인트 ① 커피가 주로 생산되는 지역이 북위 25도에서 남위 25도 사이의 이른바 주식 상인 프로 ‘커피 벨트’에 속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②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차(tea)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게 된 미국인에게 커피와 차는 보완재 관계일까, 대체재 관계일까.

③ 신라시대 다연원(茶淵院)이라는 찻집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차(茶)문화도 발전했는데 서양처럼 금융업 발전을 이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KBS 뉴스

취재후·사건후 [취재후] “지키지는 못할 망정”…상인 등친 전통시장 경비원

입력 2015.07.02 (06:02)

■ 저녁 7시만 되면 나타나는 경비원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전통시장에는 저녁 7시만 되면 경비원들이 나타나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이 경비원들은 전통시장을 운영하는 회사 측에서 고용한 경비원들이다. 그런데 경비 활동을 하는가 싶더니 이상하게도 상인 옆을 서성거린다. 그러면상인은 불쑥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고, 경비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를 가져간다. 한두 곳이 아니라 다수의 상인들이 그랬다. 모두 18명의 경비원들은 이처럼 매일 저녁 7시만 되면 일종의 수금을 해왔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건네고 챙겼다. 이 돈은 '보호 관리비'로 불렸다.

■ “보호 관리비요? 수십 년 됐죠”

상인들은 이 보호 관리비가 관행이라고 한다. 경찰은 2년 정도에 걸쳐 경비원들이 상인 300여 명으로부터 7백여 차례에 걸쳐 5천5백만 원 정도의 금품을 받았다고 조사했지만, 사실 2년이 아니라 수십 년이 넘게 계속된 것이라고 한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한 상인도 자신이 처음 근무할 때부터 경비원들에게 돈을 줬다고 주식 상인 프로 주식 상인 프로 태연하게 말했다. 경비원들은 매일 노점당 3천 원씩, 매주 토요일에는 노점과 점포를 대상으로 5천 원씩 챙겼다. 어디에 쓰냐고 하면 사실상 보호 관리와 상관이 없는 회식비나 야식비에 보태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또 추석과 설 같은 명절이 되면 점포당 대략 만 원씩 떡값을 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자발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히 상인들 중에서는 돈을 주기 싫은 사람도 있었고, 돈을 주고도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비원들이 돈을 챙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 사실상 ‘갑’이 된 경비원

이유는 간단했다. 경비원들은 시장 내 질서 유지를 위한 단속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경비원들에게 밉보이면 장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찍히면 피곤하다는 정서가 시장 상인들에게 퍼져 있다는 얘기였다. 특히 시장 안에는 일종의 질서유지선이 가게와 도로 사이에 그어져 있는데 내부 규정상 상인들은 질서유지선을 침범해 물건을 진열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물건을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고 싶은 상인들의 마음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들은 상품을 질서유지선 바깥에 진열해 놓는다. 또, 겨울철이 되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상점에서 난로나 전기 포트 같은 개인 화기류를 들고 오는데 이 또한 엄밀하게 말하면 내부 규정에 위반된다. 경비원들은 이처럼 상인들이 필연적으로 규정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주식 상인 프로 알고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즉 질서 유지 활동을 명목으로 내부 규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상인들을 상대로 “앞으로 조심하겠다, 사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반성문과 같은 '각서'를 받은 뒤, 추가 적발되면 '3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상인들에게 있어서 영업정지 처분을 하러 오는 경비원들은 그야말로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다.

■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상인들은 전통 시장 운영 회사 측과 1년 단위로 임대 계약 등을 다시 하는데 이같은 재계약 과정에서 경비원들의 입김이 세다는 것이다. 만약 경비원들이 특정 상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회사 측에 전달하면 해당 상점은 꼼짝없이 시장에서 상점을 빼야 한다. 이 경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피해를 입는 등 사실상 장사를 망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경비원한테 잘 보여야만 한다. 그리고 전통 시장에서 노점을 차리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은 주식 상인 프로 경비원들이 묵인해 주지 않을 경우 아예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호 관리비'를 경비원들에게 건넸다. 한 상인은 이같은 경비원들의 행위가 부당한 '횡포'라며 자존심도 상하고 인격적인 모독도 느끼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며 사실상 체념했다.

■ 불합리한 관행 깨려면 투명한 운영해야

결국 횡포를 견디다 못한 일부 상인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상습 공갈과 공동 공갈 혐의로 전통시장의 경비대 대장 63살 김 모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경비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상인들을 괴롭혔던 경비원들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됐지만 여전히 우려가 많다. 이 같은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전통 시장을 운영하는 회사 측도, 전통 시장에서 장사하는 많은 상인들도 미적지근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부 상인들의 얘기였다. 실제로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는 상인들의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워 난항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상인들의 신고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다수의 상인들이 추후에 받을 보복이나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했다는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경비원들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정상적인 수금 행위는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는 게 일부 상인들의 걱정이었다. 결국 경비원들이 상인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근절되려면 전통 시장을 운영하는 회사 측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경비원들의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격하게 처벌하고, 상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등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상인들이 마음 놓고 편히 영업할 수 있어야 손님들이 시장을 찾아오면서 시장이 번성할 수 있다. 상인들부터 그곳에서 장사하고 싶지 않은 시장은 언젠가는 도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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